결혼 준비하면서 제일 머리 아팠던 게 반지가 아닐까 싶어요.
광주까지 넘어가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순천에서 끝냈는데, 막상 맞추고 나니 마음이 싹 가벼워졌네요.
광주로 차 끌고 올라갈 생각부터 피곤했습니다
주말마다 플래너 만나는 것도 일인데 예물까지 멀리 가려니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주변 언니들은 무조건 종로나 청담, 아니면 적어도 광주 상무지구 쪽은 가봐야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퇴근하고 집에 오면 손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 연속이었죠.
예랑이랑 주말 일정 잡다가 "야, 일단 우리 동네 가까운 데라도 먼저 가보고 생각하자. 눈으로 직접 봐야 감이라도 잡히지" 하면서 검색하다가 방문 예약부터 잡았습니다.
밖은 여름 기운에 꿉꿉하고 약간 더웠는데, 상담실 들어가자마자 시원하고 상쾌한 향이 확 풍겼어요.
은은한 클래식 음악에 은은한 노란빛 조명이 켜져 있어서 분위기가 되게 차분했습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 내어주셔서 목부터 축였네요.
솔직히 인스타로 볼 땐 다 거기서 거기 같았거든요
방문하기 전에 블로그나 인스타 후기를 정말 샅샅이 뒤져봤습니다. 화면으로 볼 때는 솔직히 다 똑같은 골드 링이고, 비슷한 다이아 박힌 디자인 같아 보여서 '직접 가서 본다고 뭐가 다를까' 하는 의심이 살짝 들었습니다.
그런데 트레이에 반지를 몇 십 개 가져오셔서 하나씩 손가락에 끼워보는데... 어라?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화면에서 제일 예쁘다고 찍어갔던 웨딩밴드는 제 손에 끼우니까 손가락이 짧아 보이고 착색된 피부 톤이랑 너무 안 맞더라고요. 오히려 상담실장님이 "신부님, 피부 톤이 쿨톤이셔서 이 로즈골드나 내추럴 골드가 더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하고 보여주신 게 착 감겼습니다.
- 반지 안쪽이 꽉 채워져 있어서 착용감이 엄청 부드러움 (이게 굴림 처리라고 하더군요)
- 평소 일할 때 껴도 걸리적거리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두께감
- 예랑이 손에도 너무 여성스럽지 않고 묵직하게 어울리는 라인감
결국 마음을 정하게 된 진짜 이유
예랑이는 손이 좀 두껍고 일할 때 타자를 많이 쳐서 각진 반지는 질색을 했습니다. 저는 무조건 가드링이랑 같이 레이어드할 수 있는 유니크한 스타일을 고집했죠. 솔직히 둘이 취향이 너무 안 맞아서 가기 전부터 싸우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실장님이 저희 둘 말을 가만히 들으시더니, 메인 링은 예랑이 취향대로 깔끔하고 심플하게 가되, 제 반지는 가드링 조합으로 화려함을 조절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해 주셨어요.
거기서 둘 다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제작 기간이 생각보다 길더라고요. 기성품을 바로 사 오는 게 아니라 주문 들어오면 새로 만드는 방식이라 한 달 반 이상 걸린다고 했습니다.
촬영 날짜 임박해서 가시면 마음 졸이실 수 있으니 무조건 촬영 일정 두세 달 전에는 계약하셔야 할 듯합니다.
예산 부분도 원래 생각했던 금액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당일 계약 혜택으로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걸 보니 굳이 광주까지 기름값 들여가며 고생할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상담받고 나와서 주차장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예랑이가 "야, 숙제 하나 큰 거 끝냈다!" 하면서 웃길래 저도 모르게 푸하하 웃었습니다. 계약서 적은 메모지 손에 쥐고 근처 카페 가서 달달한 거 한 잔 마시는데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요.
"남들 다 어디 가니까 나도 거기 가야 하나?" 고민 많았는데, 그냥 내 눈에 예쁘고 내 손에 편한 게 장땡인 것 같습니다. 수령하러 오라고 문자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