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 웨딩 콘셉트로 계약을 체결한 예비부부들이 웨딩홀 리모델링 이후 “계약 당시와 전혀 다른 분위기”라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웨딩 산업의 고질적인 정보 비대칭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웨딩홀은 성당을 연상케 하는 채플형 예식장을 강점으로 내세워 수많은 예비부부와 계약을 체결해왔다. 높은 천장, 긴 버진로드, 십자가 구조물과 스테인드글라스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대표적인 특징이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내부 리모델링 이후 예식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예비부부들에 따르면, 기존의 채플 스타일은 사라지고 화이트톤 가구와 연회형 배치가 강조된 이른바 ‘하우스 웨딩’에 가까운 구조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내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김모 씨는 “채플 웨딩을 원해 여러 식장을 비교한 끝에 계약했는데, 공사가 끝난 후 내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사진과 설명으로 들었던 분위기와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리모델링 계획과 변경 사항에 대한 사전 고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예비부부들은 계약 당시 상담 과정에서 “기존 채플 콘셉트는 유지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웨딩홀 측은 “시설 개선 차원의 공사였으며, 계약서상 콘셉트 변경에 대한 제한 조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계약 해지 및 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 신청을 검토하거나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계약 당시 제공된 설명과 실제 시설이 현저히 다를 경우,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훼손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소비자 전문 변호사는 “웨딩홀의 콘셉트는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계약 체결의 핵심 요소”라며 “광고나 상담 내용이 계약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분쟁 소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채플 웨딩을 포함한 테마형 웨딩홀 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려한 이미지와 콘셉트 중심의 마케팅에 비해, 실제 계약서에는 구체적인 보장 조항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딩홀 리모델링은 흔한 일이지만, 예비부부에게는 인생의 한 번뿐인 행사인 만큼 충분한 설명과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향후에는 콘셉트 변경 시 사전 동의 절차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플 웨딩은 여전히 많은 예비부부들이 선호하는 결혼식 형태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웨딩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과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